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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 POSTECH 수료 후기

sophie_l 2023. 1. 8. 20:09

작년 이맘때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에 지원서를 내놓고 준비를 했었던 게 기억난다. 올해는 이미 지원이 끝난 것으로 아는데 아직 먼 얘기지만 내년에 지원하실 분들이 참고할 만한 글이 하나라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 기억이 더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짧고 간단하게 장단점 정도만 정리해보고자 한다.

특징

  1. 3월부터 12월까지 총 9개월간 진행된다.
  2. 매우 자율방임적이다. 강의라고 하는 개념은 없다고 보면 되고, 9개월 내내 프로젝트 위주로 진행된다. 후술하겠지만 이는 장점도 될 수 있고 단점도 될 수 있다.
  3. 오전반(9시~1시)과 오후반(2시~6시)으로 나뉜다. 선택할 수 있다.
  4. 총인원은 200명이고, 테크/디자인/도메인으로 나눠서 따로 뽑는다. 도메인의 경우 시험 컷이 조금 더 높다고 들었다.
  5. 포스텍에서 진행하는데, 기숙사와 학식, 도서관 등을 쓸 수 있다. 도서관은 시험기간에는 못 쓴다.
  6. 포스텍 C5 5층을 사용하는데, 시설은 깔끔하지만 사용 가능한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밤 늦게 작업을 하려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7.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맥북, 아이폰을 하나씩 대여해준다. 또한 따로 신청하면 아이패드, 애플워치도 대여 가능하나, 기간이 정해져 있고 기간이 지나면 반납해야 한다.
  8. 월 100만 원의 학습지원금이 들어온다. 경험해보면 알겠지만, 가난한 취준생으로서 이 100만 원이 없었으면 어떻게 생활했을지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귀중한 지원이다. 이 덕분에, 부유한 생활을 영위하지는 못할지라도 생활비 걱정은 없이 맘 편하게 9개월 과정을 수료할 수 있었다.
  9. 개인 멘토를 붙여주며 굵직한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멘토와 상담을 하는 시간이 정해진다. 그외에도 본인이 원하는 때에 상담을 신청할 수 있다.

이런 분들께 추천

"나는 열정 있는 동료들과 자율적으로 팀을 꾸려가며 앱을 개발/디자인/마케팅해보고 싶다", "주입식 강의보다는 자율적인 운영이 좋다", "텐션이 높고 사람 만나는 게 좋다", "애플 프로덕트를 사랑한다", "포항/포스텍에서 생활해보고 싶다" 이런 분들께 강력히 추천한다.

나 같은 경우 내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것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의 장점을 온전하게 누리지는 못한 것 같다. 나는 아카데미에 다닐 때도 정규 프로젝트 이외에 따로 팀을 꾸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없었다. 딱 하나, CS 스터디에 참여하여 5월부터 12월까지 쭉 공부를 지속해왔던 것을 빼면 따로 무슨 그룹에 들거나 하지는 않았고, iOS 개발이든 자격증 공부든 뭐든 혼자서 하는 스타일이었다.

반면 동기들 중에는 팀을 꾸려서 열정적으로 사이드도 진행하고 놀러도 다니고 공부도 하고 재밌게 사는 친구들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아카데미 사람들이 대부분 열정이 많고 iOS를 사랑하기 때문에, 본인도 그런 성향이라면 맘 맞는 팀원들을 구해서 사이드를 진행하거나 같이 공부를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은 9개월 동안 성장도 많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본인이 원하고 시도한다면 멘토들과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멘토들 중에는 나보다 어린 분들도 계셨고, 대부분 오픈 마인드에 재밌고 좋은 분들이 많기 때문에 본인이 도움을 청하면 얼마든지 좋은 조언을 많이 주신다. 두드리는 자에게는 언제나 열려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아이폰과 맥북 대여라고 생각한다. 애플 개발자 계정 또한 지원해준다. 장비 대여와 관련해서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최고의 장점인 것 같다.

이런 분들께는 비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나는 빡세게 굴려야(?) 그나마 좀 한다", "자율성이 부여되면 나는 그냥 붕 떠서 놀게 된다", "높은 텐션이나 과한 열정이 싫다", "iOS에 큰 관심은 없고 그냥 개발을 배우고 싶다", "지방 생활이 싫다" 이런 분들께는 비추이다.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에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강의나 예복습, 진도 빼기, 뭐 이런 주입식 교육의 개념이 아예 없다. 처음에 너무 널널해서 당황할 지경이었다. 보통 부트캠프들이 9 to 6로 많이 진행되는 것 같은데,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는 하루 4시간만 세션 시간이고 나머지는 다 자율이다. 그 4시간마저도 코딩 강의를 듣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시기별로 뭘 공부해야 할지 러프한 로드맵 정도는 짜주지만 그게 끝이다. 코딩이며 cs 지식이며, 전부 알아서 공부해야 한다. 공부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동기들이나 멘토들에게 물어볼 수는 있지만, 강의나 과제 따위는 없다. 그래서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큰 성장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취준 과정에서의 도움이나 지원이라고 할만한 것이 없다. 모 기업의 최종 면접에서 만난 싸피 출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싸피에서는 취업 지원 시스템이 매우 잘 되어있는 것 같았다. 모의면접도 진행해주는 것 같아서 속으로 굉장히 놀랐었다. 반면 애플 아카데미 출신인 나는 그런 것 전혀 없이 혼자서 자소서와 유튜브, 그리고 기업 분석 자료들을 보면서 맨땅에 헤딩 식으로 면접을 준비해 갔다. 가끔가다 레주메 워크샵 같은 것이 있고 원한다면 본인의 멘토와 상담을 할 수 있기도 하지만 본격적인 취업 지원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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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끝낸 비전공 수료자로서 정말 주관적인 내 의견을 전달하자면, 어떻게 보면 약간 역설적일 수 있지만 iOS 개발과 swift를 미리 한번 공부한 후에 들어오는 게 아무래도 더 큰 성장을 이룩하기에 좋지 않나 싶다.

가서 배우면 된다는 게 틀리단 말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iOS 개발과 스위프트 언어, 다양한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 개발 및 협업 툴을 미리 알고 들어오는 동기들이 많다. 그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그들이 더 어려운 기술에 도전하는 동안 나는 그들에게는 너무 쉬운 기초적인 부분의 개발만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성장하는 동안 그들도 저 앞에서 더 성장해있고, 따라서 이후에도 나는 상대적으로 쉬운 부분을, 그들은 더 어렵고 복잡한 부분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동기들과의 경쟁의 과정은 결코 아니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아카데미에 있을 때 보다 복잡한 것을 개발해보면서 더 많이 성장하고, 더 다각도에서 주체적으로 고민하는 개발자로 거듭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측면에서 미리 iOS 개발을 공부해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 취업 준비를 한 입장에서 취업과 관련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나는 여러 이유로 인해 iOS 개발자로는 취업할 생각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대기업 IT 직무 위주로 준비를 했다. 서합률이 나쁘지 않았고 3군데에서 최종 면접을 봤다. 그리고 한 군데에 합격해서 지난주부터 일을 시작했다. 개발자도 진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취업 시 타겟팅을 잘해야 하는데 나는 여러 이유로 iOS 개발보다는 일반 대기업 취업을 선택하였고, 그 과정에서 iOS를 공부했던 것이 크게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차피 대기업들은 스타트업과 달리 바로 업무에 투입하기보다는 초반에 교육 과정을 거친 후에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iOS 개발을 했다고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맞았던 것 같다. 물론 "나는 iOS만 했지만 그래도 잘 따라갈 자신이 있다"라고 면접관들을 설득할 필요는 있지만, iOS를 했다고 탈락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iOS로 취업할 생각은 아니어도 iOS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고 자율적으로 공부하며 성장하기를 원하는 취준생이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반면 본인이 취업하고 싶은 분야가 확실히 정해져 있다면 그쪽에 집중하면 될 것이고, 굳이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iOS 취업과 관련해서는, 나는 전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긴 하지만 수료 후에 취준을 시작할 경우 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전부 구직 경쟁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그 전부터 취준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iOS 판이 그렇게 넓지는 않기 때문에 수료 직후부터 구직을 시작한다면 한 번에 나와 스펙이 비슷한 100명이 넘는 경쟁자가 생겨버리는 것이다. 아카데미 동료이자 구직 경쟁자인 수많은 동기들로부터 자신을 차별화하는 뭔가를 준비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