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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회 정보처리기사 실기 합격 후기(비전공자, 실무자, 투머치토커)

sophie_l 2024. 7. 5. 23:04

너무 오랜만에 글을 남기려니 어색하다. 그간의 근황 업데이트 겸 적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우선 이 글에서는 간단하게 4월 27일에 본 정보처리기사 실기 1회 차 후기를 남기려고 한다. 문제 각각에 대한 것은 수제비 카페 찾아보시길.. 나는 그냥 전반적인 소감과 비전공자로서의 공부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만 적으려고 한다. 근데 다 적고 다시 보니 간략하기는커녕 아주 물 만난 물고기마냥 주절주절 tmi가 막 새어 나오네.. 투머치토커 기질 때문에 면접에서도 두괄식으로 간략하게 대답하기 힘들었는데.. 타고난 기질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쓸데없이 긴 히스토리

내 블로그 글을 보면 알겠지만.. 필기 합격 및 1차로 실기에 도전했던 것은 무려 2022년 2회 차였다. 당시 나는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 @ POSTECH에서 iOS 프로젝트 및 취업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비전공자로서 플젝 외에 어필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 보았을 때, 부족한 전공지식을 채워 넣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펼쳤다는 증거로서 자격증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만한 것은 정보처리기사와 SQLD, ADsP, DAsP 등등.. 사실 그때도 대충 알았던 것은, 이걸 딴다고 뭐 대단하게 여겨주는 것은 절대 아니란 것. 그러나 비전공자로서 아무것도 없이 저 뽑아주세요~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있다고 +인 것은 아니지만 없으면 -일 것 같다는 생각에 자격증 공부를 했었다.

정보처리기사 필기를 보고, SQLD를 본 후에 정처기 실기, 그 후 ADsP나 DAsP 등의 다른 자격증 한 두 개를 더 따겠다는 야무진 생각으로 공부를 했고, 정처기 필기와 SQLD까지는 나름 수월하게 잘 합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대망의 정보처리기사 실기에서 나는 60점 컷트에 58점으로 떨어지고 만다... 젠장할.. 뭔가 SQLD는 시험비가 비싸서 그런가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은데 정처기 실기는 고작 2만 원대였기 때문에 간절함이 덜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C언어인데 break문을 고려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서 나가리되었다.

3차 시험을 준비하려고 했으나 코딩테스트 준비가 1도 안 되어 있었기 때문에 급하게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코테에서 나름 나쁘지 않은 승률을 보이자 급하게 또 기술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사실 뭐 따지고 보면 정보처리기사 내용이랑 해당 공부들이 겹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시험용 공부와 면접 준비용 공부는 포커싱 해야 하는 부분이 달랐기 때문에 정처기 실기 재도전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취업 당시 보유하고 있던 자격증은 고작 SQLD 하나뿐.. 정처기는 필기만 합격한 상태로 어찌저찌 잘 뚫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 합격했다.

회사를 붙고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필요 없는 짐은 줄이고자 이것저것 정리를 했다. 안 입는 옷이라거나, 옛날에 모아둔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라거나, 무겁기만 한 정보처리기사 실기 책이라거나..ㅎㅎ 어차피 취업도 한 마당에 이딴 게 뭔 필요가 있겠냐, 하는 마음으로 가뿐하게 책을 집어던졌다. 그런데 회사에서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니 이게 웬일, 선임 진급하려면 자격증 제출을 해야 하는데 그중에 정처기가 제일 무난하고 쉽다는 것이었다. 욕이 절로 나왔다. 눈물을 머금고, 예전과 같이 두꺼운 책은 보기도 싫어서 시나공 퀵이지라는 좀 간략하게 나온 책을 구매했다.

그리고 2023년 2차 실기시험에 응시하였는데.. 이번에는 무려 56점으로 또 떨어졌다..^^ 재수실패... 이번엔 파이썬 출력결과에 바보같이 따옴표를 포함해 버려서 장렬하게 사망했다. 누구를 탓하리.. 그치만 3회차 다시 준비하려고 책을 열었을 때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아서 그냥 모르겠다, 정처기 버리고 SAP 써티나 따자, 하는 생각으로 룰루랄라 지내왔다. 그치만 올 초에 또다시 선배들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주워듣고 마는데...

써티 딸 바에야 그냥 정보처리기사 따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었다. 써티를 딴다고 하면 회사에서 지원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비싼 교육을 듣고 시험에 응시해야 하며 부담감이 없지 않기 때문에 그냥 정보처리기사 따두는 것이 속편하다는 의견. 팔랑귀인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직 살아있는 나의 정처기 필기가 아깝기도 하고, 정처기 실기 책이 아직 집에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처기는 싸니까..^^ 써티도 뭐 내 돈으로 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쓸데없는 욕심이 있어서 자격증 같은 것 아주 좋아한다.. 검도도 그 자체가 재밌는 것보다도 유단자 타이틀 가지려고 더 열심히 하는 중.. 여튼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필기 만료 전 마지막 시험인 2024년 1회 차에 삼수^^를 도전하게 된다.

공부 방법 및 마음가짐

사실 나는 주변에서의 여러 사례들을 보면서 수능 포함 어떤 시험이든 세 번까지 해보고 안 되는 것은 그냥 보내주는 것이 맞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안되면 필기 다시 딸 것이 아니라 그냥 말끔하게 보내줘야지, 하는 생각으로 시험을 준비했다. 그러면서도 2점과 4점 차이로 떨어진 악몽에 시달리며 알게 모르게 부담감을 느끼며 준비를 했다. 그전에는 대충 읽고 문제도 대충 풀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좀 더 공수를 들여가면서 꼼꼼히 읽고 암기하였다. 특히 이번에도 떨어지면 고작 정처기를 삼수씩이나 해놓고 세 번 다 떨어진 사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굳이 누구에게 얘기하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 쪽팔려서 견디기 힘들 것 같았다.

특히나, 암기가 잘 안 돼서 헷갈려서 틀린 문제는 어쩔 수 없더라도, 프로그래밍 문제에서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들 때문에 두 번이나 한 문제 이하 차이로 떨어졌던 것이 너무 억울해서 이번에는 프로그래밍만큼은 제대로 잡자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다. 어차피 직접 코드 작성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자바나 C를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코드야 그냥 대충 읽을 줄만 알면 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실수하게 만들려고 작정하고 파둔 함정들을 피하는 것이었다. 무슨 중학교 내신문제마냥 귀찮게 내는 게 트렌드인 것 같아서, 루프문 같이 헷갈릴만한 문법들과 각 언어별 특징적인 문법은 특히나 주의해서 살폈다. 또한 연산자 우선순위 같은 것은 정말 헷갈려서 열심히 외웠다.

책은 위에서 말했듯 시나공 퀵이지를 봤는데 사실 시나공을 보든 수제비를 보든 큰 상관은 없을 것 같다. 어떤 책을 보든 기본 개념들 암기 열심히 하고 프로그래밍 문제를 숙지해야 하기 때문. 프로그래밍 이외에서는 외워야 할 것들이 많았지만 문제 비중이 프로그래밍이 훨씬 높기도 했고, 나는 벼락치기로 단련된 고도의 단기기억력의 보유자이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무려 삼수 실패라는 쪽팔림은 정말 거부하고 싶어서, 약간의 부담감을 가지고 4주 동안 약간은 자세하게 1 회독을 한 후에 직전에 가볍게 한번 더 훑으려다가 막판에 게을러져서 그것도 못하고 시험 당일이 되었다. 중고딩때부터 늘 벼락치기만 해온 벼락치기 전문가로서, 암기해야하는 부분은 시험 직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빨리 훑는 것이 매우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었기에, 나는 약간 무리해서 당일 아침 일찍 가서 최대한 빠르게 처음부터 훑어보려고 했다. 웃긴 것은 2시간 전에 도착하겠다고 일찍 일어나놓고, 배고파서 편의점 들렀다가 체크카드를 두고 와서 지하철까지 타놓고 다시 돌아가서 주워왔다^^ 그러고 다시 가니 거의 한 30분은 손해 본 느낌?

그리고 아뿔싸, 도착했더니 아직 시험장 오픈 전이었다..ㅎㅎ 그래서 밖에서 뻘쭘하게 기다리면서 좀 서있다가 들어가서 매우 신속하고 긴급하게 1회독을 하려고 했으나 퀵이지 책도 나름 두께가 있어서 역시 실패했다. 그렇지만 그때 봤던 부분에서 문제가 나오면 절대 틀리지 않도록, 똑똑히 기억해 두었다. 다른 것은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OSPF(open shortest path first)라는 개념을 그때 봐서 아주 명쾌하게 맞힐 수 있었다. 이건 절대 안 잊을 듯.

여튼 공부는, 프로그래밍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보면 되고, 암기해야하는 부분은 본인의 암기력에 따라 강약조절 잘 하면서 보면 될 듯 하다. 무엇보다 당일 아침에 가서 초고도 집중력을 발휘하여 최대한 많은 것들을 훑고 나면 그 부분에서 문제가 나올 경우 쉽게 맞힐 수 있을 것이다.. 반쯤은 운이고 반쯤은 단기기억력과 간절함^^ 그리고 풀었는데 틀린 문제가 한 두 개정도 되었던 것 같고, 또 다른 두문제 정도는 잘 찍어서 얻어걸렸다.

결과 간단히(다 쓰고 보니 간단하지 않지만) 공유

58점과 56점으로 떨어졌던 내가 80점?

네 결국 필기 만료 전 마지막 시험이자 삼수였던 이 시험의 결과는 80점이라는 나름의 고득점이었습니다. 짝짝

아무래도 지난 두 번에 비해서 열심히 공부를 해서 그런가 헷갈리는 것도 덜 했고 내 답안에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프로그래밍 문제에서는 더 그랬다. 정규화 관련해서도 그랬고.. 여튼 시험 끝나고 나서 수제비 카페에서 가채점도 해보고 여러 의견들도 들어보고 그랬는데 애매했던 부분이 좀 있어서 정말정말 보수적으로 잡으면 60점대, 무난하게 맞으면 70점대 정도를 예상했는데 두 달이라는 매우 기나긴 인고의 시간 끝에 받은 결과는 무려 80점이어서 굉장히 뿌듯했다.. 휴 솔직히 첫 시험에 합격한 것이었다면 아무 감흥 없었을 텐데 무려 2년 동안 3번의 시험 끝에 합격한 것이라 나름의 감동..

합격 발표 나오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책을 동기에게 넘겨줬고.. 그 동기는 무려 작년에 내가 먼저 붙으면 책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친구인데 그게 1년이나 걸릴 줄은 둘 다 꿈에도 몰랐다..ㅎㅎ 그리고 자격증을 바로 신청~ 수첩형이 뭔가 갖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받아보니 그냥저냥 허접..했지만 그래도 기분 좋았다. 그날 부재중이었는데 우체부 아저씨가 전화 주셔서 자격증이니 우편함에 두고 가시겠다고 해서 세이프하게 받아보았다. 그리고 당당하게 회사 인사정보에 자격증도 등록했당ㅎㅎ 이깟게 뭐라고 이리 힘들었는지.. 그리고 이리 자랑스러운지^^ 여튼 이렇게 길고 길었던 내 정처기 여정은 다행히 승리로 끝났다. 근데 뭔가 자격중독자가 된 것 같아서 앞으로도 다른 시험들 계속 보려고 생각 중인데,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는 중이다.

아 그리고, 나는 신청할 때 너무 정신없이 진행한 나머지 반값 할인을 못 받았는데, 나이 제한만 통과하면 취업자든 아니든 웬만하면 반값 할인 해주니까... 꼭! 결제창 직전에 할인 선택하기.. 그것을 선택 사항으로 해놓으면 어떡하냐 이자식들아..... 그냥 자동적용 해줄 것이지ㅠ 고작 만원이긴 하지만 뒤늦게 속 쓰려하며 다시 선택하기에는 집 근처 시험장이 이미 꽉 찬 상태여서 다시 주울 자신이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만원 더 썼는데 뭐.. 그것 때문에 억울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했던 것도 같다ㅎㅎ

글 대충 쓰고 읽어보는데 쩜쩜쩜과 눈웃음을 못 잃는 것을 보니 나도 나이가 많이 들었나 보다. 서른 줄 들어서니 어쩔 수 없다... 여튼 프로그래밍만 제대로 조져도 웬만하면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니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