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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9 잡담

sophie_l 2022. 8. 29. 22:10

10년지기 친구를 만났다. 같은 중학교를 나왔지만 말을 해본 것은 고등학교 때가 처음.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공부 가장 잘 하는 사람 탑쓰리 안에 든다고 해도 될 것 같다. 대형펌에 컨펌을 받고 지금은 군대에 가 있는 친구인데, 2월에 한번 보고 8개월만에 처음 보는 자리였다.

오랜 친구들은 참 신기하다. 아무리 오랜만에 봐도 아무런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제 만났던 것처럼 편안하다.

곧 좋은 소식이 있을 친구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내가 예전에 몇 번 갔던 맛집을 소개해줬다. 정작 밥을 산 것은 친구지만. 취업턱이라고 했다. 나도 머지않아 취업턱을 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친구에게 따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난 그 친구는 맘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런 친구들이 주변에 몇 명 있는데, 얘는 그중에서도 정말로 의심이 하나도 안 갈 정도로 뭘 하든 잘 하는 친구였다.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을 갖고, 물론 성공의 척도를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이라고 하는 건 참 철없고 편협한 일임을 알지만, 말하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최근 소식을 캐치업하고, 나는 친구에게 내 고민들도 몇 가지 말했다. 친구는 나에게 스스로를 믿으라고 했다. 자기는 내가 도전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내가 잘 해나가고 있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고. 여러번 들어왔던 이야기지만, 나를 10년간 보아온 친구에게서 들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의미 깊었다. 저녁을 먹고 집에 가기 전에 친구는 한 번 더 말했다. 이런 말을 하기 참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자기 생각에 나는 나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있게 살아가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이 오래오래 머릿속에 맴돌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전에도 내가 잘 해낼 것임을 진정으로 믿고 응원해주는 고맙고 소중한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 누군가는 입에 발린 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를 오랫동안 봐온 소중한 친구들이 나에게 건네주는 그 말들의 무게와 가치를 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는지. 후회는 의미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스레 후회가 된다. 나는 나를 너무 의심하고, 못마땅해하고, 믿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내가 그들에게 진심 어린 칭찬과 응원을 보내줬을 때 그들은 때로 쑥쓰러워하거나 무안해했다. 자신의 가치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때 내가 느낀 것은 답답함과 아쉬움이었다. 저렇게 멋지고 본받을만한 친구인데 왜 그걸 모를까, 하면서. 그들도 나에게 똑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 스스로를 향한 끊임없는 의심은 거둘 때가 되지 않았을지. 그간 잘 해왔듯,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것임을 믿어봐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