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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c] 오픽 AL 후기 겸 잡담

sophie_l 2022. 4. 5. 00:33

학부 시절, 영어 전공인 주제에 영어(회화)울렁증이 있던 나는 토스나 오픽 얘기만 들으면 오금이 저렸다. 발음도 괜찮고 영어를 잘 읽기는 했는데 직접 내 생각을 말해야 하는 경우에는 로봇마냥 삐걱삐걱 뚝딱거리곤 했다. 취업할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픽이고 토스고 뭔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룰루랄라 편하게 학교를 다녔다. 4학년때 법전원 진학을 위한 토익시험을 끝으로 내 인생에 영어 시험은 더 없겠지 싶었는데, 사람 인생이 어떻게 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영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중 내가 가장 자신 없어 하던 분야는 더는 고민할 것도 없이 말하기였다. 아주 오랫동안 그래왔다. 읽고 쓰고 듣는 것은 웬만하면 자신이 있었는데 말하기만큼은 늘 긴장되고 늘 버벅였던 것 같다. 영어로 내 생각을 발표하거나 논의하기 싫었기 때문에 영문학 수업은 다 피했고, 이해하고 외우기만 하면 되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밌는 언어학 커리 위주로 수업을 듣곤 했다. 언어학은 가리지 않고 다 좋아했다. 사회언어학, 통사론, 음운론, 음성학, 우리 학교에는 개설된 수업이 없긴 했지만 개론때 잠깐 들었던 morphology, 습득론, 그리고 담론분석 등.


각설하고, 나는 지난 2월에 난생 처음 치른 오픽 시험에서 AL을 받았다. Advanced "Low"이기는 하지만 전화 베이스인 OPI가 아닌 컴퓨터 베이스 시험 OPIc으로써는 가장 높은 등급이다. OPI를 봐볼까 생각도 했지만 가격이 10만원이 넘어가는 데다가 한국에서 취업용으로 쓸 거라면 오픽 AL로도 충분하다는 글을 많이 봐서, 그냥 오픽을 선택하였다.


총 2, 3주 정도 준비한 것 같고, 크게 두 가지의 도움을 받았다. 하나는 해커스 오픽 책,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튜브 오픽노잼 채널.

 

해커스 오픽 책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책으로 내기엔 당연히 그런 방식이 최선이었겠지만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글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 구성이라고 해야 할까.

초반 며칠 책을 보는데 영 머리에 들어오지 않기도 했지만, 더 큰 문제는 자꾸 나도 모르게 모범 답안 스크립트를 복붙해서 단어만 바꿔 외우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 스스로 흥미를 못 느끼는데 백날 외워봤자 유창하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진 결과 오픽노잼 채널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9Ieg7fw1BJKHSwaXdmAiRYj5uArfbrkw 

 

오픽노잼 AL 시리즈

 

www.youtube.com

웬만하면 영어강사 유튜브같은거 잘 보지 않는데 오픽노잼은 유쾌한 교포쌤이 재미나고 적용하기 쉽게 가르쳐주는 게 느껴져서 영상 맛보기로 하나 본 후에 바로 듣기로 결정했다. 광고 아님

오픽노잼은 스크립트 외우지 마라, filler 많이 써라 등의 실전용 팁을 굉장히 많이 주는데, 그중 상당수는 오픽뿐만 아니라 일상 영어 자체도 더 유창하게 들리도록 만드는 팁들이었다.

단점이 있다면 오픽을 처음 보는 나같은 사람은 어떤 문제들이 자주 나오는지 한 눈에 알기 힘들다는 것. 영상 하나하나는 도움이 많이 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유튜브 채널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책에 비해서 체계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오픽노잼의 강의를 들으며 연습을 하고, 해커스 책에서 모범답안을 빼고 문제들만 참조하여 나만의 답변 토픽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썼다.

즉, 해커스 책에 나온 주제들에 대하여 내가 얘기하고 싶은 키워드들을 포스트잇에 정리하여 부착했고, 녹음기를 틀어놓고 해당 키워드에 대한 프리토킹을 이어나가는 식으로 공부를 하였다. 그 후에는 녹음을 들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고 내용을 보완했다. 그렇게 자주 나오는 주제에 대해서는 계속 연습을 했고, 자주 나오지 않는 주제들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무슨 대답을 할지 정도만 적어두고 틈날 때마다 눈에 익게 슬쩍 읽어두었다.

 

시험은 대전 리더스교육평가원에서 보았고, 2월에 본 시험이기 때문에 솔직히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다 예상 가능한(오픽노잼과 해커스의 도움을 받았다면) 문제들이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주변에서 다같이 와다다다 얘기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잘 녹음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는 했지만 시험 결과는 예상했던대로 무난히 AL이었다.

오픽 첫시험 AL


뿌듯한것과 별개로 솔직히 난 AL 안나오면 안되는 사람이긴 하다.

영어영문학과 졸업에 호주살이가 2년이다. 게다가 매일 통화하는 원어민 남자친구까지 있다. 웃픈 사실은, 호주에 오래 살았던 것과 영어 말하기 실력의 향상은 생각보다 상관관계가 약했다는 것. 호주에서 초반 1년간 거의 비슷한 처지의 외노자나 유학생들이랑만 어울리다가 시드니로 옮기고 나서야 호주인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호주에 오래 있었으면서도 한동안은 영어가 많이 늘지 않았다. 1년씩 살아놓고도 호주인과 말할때 조금은 긴장했었던 기억이 난다. 🤣

제대로 늘은 것은 남자친구 덕분이 가장 큰 것 같다. 나는 백수, 남친은 대학생인 롱디커플이다보니 매일 두세시간씩 통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덕분에 영어가 무지막지하게 늘긴 했다. 처음에는 내가 말하고 싶은게 많아도 주로 듣는 입장이었는데, 1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나도 제법 수다를 잘 떤다.

 

하여튼 이건 잡담이었고, 나는 비록 남자친구 덕분에 영어가 많이 늘은 상태였긴 하지만 영어 웬만큼 하는 사람은 오픽노잼 유튜브로 연습하고 해커스 책이든 뭐든 체계 잡힌 질문 리스트를 가져다가 자신만의 답변 연습을 하다보면 AL 받기가 어렵진 않을 것이다.

 

난 다음 목표로 아이엘츠를 잡고 있다. 8.0이 목표긴 한데 솔직히 절대 쉽지 않겠지. 그래도 영어가 꽤 늘은 김에 제대로 한번 도전해보려고 한다. 나 화이팅💪